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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자바 총결산,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장"(6)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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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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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BIT

7,537

제 6부 - 아직은 어린, 아직은 먼

저자: 이아스님

일본에서 매달 사보는 잡지중에 "월간 자바 월드"가 있습니다. 처음 본 것이 재작년 12월이었었는데, 표지에 어린 아이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가, 매번 색다른(?) 어린아이가 나와 참 신기한 발상이다라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나오는 책이라고 꼭 일본아이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본 아이는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흑인 아이가 나오기도 하고, 알프스 소녀같은 아이가 나오기도 하고, 대체로 서양 아이들이지만요. 요새 컴퓨터 대중 잡지는 여성 표지 모델을 주로 쓰는데, 기술 잡지의 경우에는 그런그런 도안과 헤드라인 큼지막하게 뽑아주는 것이 상례지요. 아무튼 자바 월드의 표지는 무척 특별한 인상을 줍니다.

자바의 원형이라고 하는 오크가 1991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까, 사실상 자바는 딱 10살정도 먹은 셈입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취학과 같은 "세상 구경"을 한 것은 겨우 1995년 봄부터였으니 6학년을 졸업한 축에 속할까요? 초등 과정을 마치고 이제 중등과정으로 가는 듯한 자바 어린이, 천재적인 재능으로 초등학교는 빨리 들어갔지만, 역시 졸업하는데에는 남못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말았군요.

J2SE 1.4, J2EE 1.3으로 자바는 중학생 명찰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듯 싶습니다. 많이 컸지요. 그저그런 이벤트성 언어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때를 잘 만났던 것인지 JDK1.1이후로 업계의 눈에 띄어 오늘날의 대성공까지 이어졌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현재는 당당히 프로그래밍 언어계의 "사실상(de facto)"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6년간의 자바 초등학교 시절도 그리 짧은 기간만은 아니었습니다. 20세기를 마감하는 격변의 시기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인터넷이 전인류의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자바는 그속에서 "네트워킹 언어"라는 모토에 걸맞게 화려한 활동을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지나친 관심을 받은 탓이었는지,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만만치 않았고, 결국 이웃집 MS는 자바의 성공을 참다못해 최신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C#이라는 전대미문의 클론(clone)을 빚어내었습니다. 물론 단순 복제에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유전형질을 가미시켰지요. 과연 어떤 성장과정을 거칠지 C#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포츠 중계만큼 흥미진진할 것같네요.

그간 특집을 진행하면서 무척 비관적이며 비틀어보는 시각으로 자바가 마치 잘못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냥 썼었다면 그건 아마도 그만큼 자바가 지금 잘나가고 있고, 따라서 어느정도 거품이 있다는 저 나름대로의 균형감각때문입니다. 특히나 "자바를 한다", "자바만 한다", "자바 전문가다"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빠질 수 있는 "자바 원리주의" 혹은 "자바 우월주의"는 진정 경계대상이지요. 하나의 종(種)은 독점적인 생식을 진행할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공룡이 그 예지요. 경쟁은 어쩌면 생존의 원리일지도 모릅니다. 자바가 오늘날과 같은 부각을 이룬 배경에는 MS라는, 혹은 플랫폼 비독립적인 수많은 개발환경이 힘있는 경쟁자로 함께해주어서 일지도요.

얼마전부터 제가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는 코시(COSI)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참 맹위를 떨치던 jspUpload모듈의 치명적인 버그탓이었는지, 코시가 공개된지 근 1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조금씩 쓰기 시작했나봅니다. 제가 자바 업계에 뛰어든 것이 이제 2년이 넘었고, 겨우 남이 만든 라이브러리 국제화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한편으로는 까마득하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 더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 내지는 막연하지만 힘이 생깁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이렇게 힘이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막 사춘기에 접어드려는 우리 자바의 곁에는 과연 누가 있는지 둘러보게 됩니다. 한참 고민하고 성장할 아주 중요한 시기, 본받을 어른은 없고 어른이 더 막나간다는 요즘 사회 세태를 보며, 자바에게 밝은 미래를 어떻게 열어주어야할지 새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자바의 성장은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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