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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인터뷰

머리가 희끗희끗한 프로그래머를 꿈꾸다

한빛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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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5

|

by HANBIT

22,801

저자: 송재운

나의 어릴적 꿈은 과학자였다.
무엇인가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삶이 매력적이었던거 같다.
물론 그러한 꿈의 바탕엔 태권브이 같은 로봇 만화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이상보다는 현실에 눈을 뜨면서
과학자로서의 꿈은 내게는 힘들다고 느꼇던거 같다.
거기엔 그때 친구 한 명이 과학도구 세트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드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정작 하나도 이해못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과학자로서의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친구의 꿈은 과학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보다 재능은 있어보였다.

그때 한지붕 세가족이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었었는데
그때 수리공(?)으로 나왔던 최씨의 직업이 참 매력적이었던거 같다.
순돌이에게 아빠는 무엇이든 고치는 만물박사 였겠지만
나의 아빠도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만물박사 였기에
묘하게 그 직업이 흥미가 있었고 실제로
집에 있는 몇개의 설계도면 책을 살펴보기도 했다.

역시나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던 그 책을 몇번 살펴보면서
수리공 이라는 직업도 나에겐 맞지 않은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잘 몰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나중엔 아빠처럼
만물박사는 되보자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거기엔 나처럼 내 아이들도 아빠를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뒤로 관심을 가졌던건 소설이었다.
소소하게 혼자 여러가지 글을 쓰며 나중에 소설가가 되는 꿈도 꾸었던거 같다.
하지만 역시 내 옆엔 나보다 더 재능있어보이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때 그넘은 직접 쓴 소설을 연재했었는데 그 친구가 쓴 소설공책은 항상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분야도 다양했다. SF, 스포츠, 연애 등...
그 친구가 새로 소설을 쓰면 반 아이들이 서로 순서를 정해서 돌려볼 정도로 재미가 있었다.
그 친구의 꿈은 목사였다.

그렇게 어릴적엔 되고 싶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내 딴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를 했던거 같다.
물론 그 주제에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직업이 관심이었던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대학교는 전자공학과를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오고
본격적으로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때처럼 순수한 이상 보다는 현실적으로 많은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땐 IMF가 한번 지나가면서 사회적으로도 경제에 대해서 많이 민감하던 시기이고
그 이전처럼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 무난하게 되었던 시기도 아니었다.

복학 후 처음으로 C 언어 수업을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항상 머리속에 물음표(?)를 그리며 학교 생활을 하던 나에게
그 수업은 느낌표(!)로 다가왔다.

아! 이거다.
이걸 해보자. 한창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나에게
프로그램 언어는 무엇을 해볼 수 있는 시작이었다.
그때 나에겐 컴퓨터도 없었고 그래서 C 언어 공부는 항상
책에 있는 소스를 공책에 일일이 써가며 공부하는 거였다.

물론 프로그래머로서 나에게 재능이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어릴적엔 나보다 재능이 있어보이면 이길은 아닌가보다 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때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하지만 무엇인가 해볼수 있는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던 나에게
창조적인 작업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이상과 현실을 적절하게 조율한 타협점이었던거 같다.

이제는 세상에서 TOP 이라는게 얼마나 힘든것인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였고
재능이 있는 프로그래머면 더할나위 없지만
재능이 조금 부족해도 내가 할수 있고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였던거 같다.

본격적으로 C 언어 공부를 하면서
책에 있는 소스를 공책에 써가며 계산하는거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
내 친구중 빠른 친구는 중학교때 이미 테이프를 넣는 컴퓨터로 갤러그를 했었지만
난 복학후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그렇게 개인 컴퓨터를 하나 갖게 되었다.

무턱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책에 있는 소스를 일일이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단순반복 작업을 참 많이도 한거 같다.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는 멘토도 없었기에 그냥 책에 있는 소스를 치고 또 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잘한 접근방법은 아니었던거 같다.
타이핑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단순히 책에 있는 소스를 베끼는 것은
어느 정도 프로그램 언어에 익숙해 진 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차라리 무엇인가 하나를 만들면서 고민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했다면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고 지금보다 더 잘하는 프로그래머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서관에 있는 프로그램 책은 거의 다 읽어봤는데도 나에게 남은게 별로 없었다.

시간이 없기에 마음은 급하고 그러기에 무엇인가를 했다는 안도감을 얻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보다는
보다 많은 책 더 많은 책 양적으로 많은걸 했다는 데서 안도감을 찾으려 했고

그 결과 나의 프로그래밍 실력은
막상 누군가 이것좀 프로그램 해달라고 하면 키보드에 손만 올려놓은채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딱 그 수준이었다.

그렇게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한창 고민하던 시기에
난 다행이 내가 즐길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어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실력은 늘지 않고 항상 제자리여서 많이 힘들때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에 잘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거 같다.
C 로 시작을 했었지만 자바를 공부하다가 이제는 자바를 주로 하게 되었다.

물론 그 후 취업을 하는데도 역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이 취업을 하여 지금도 프로그래밍 하는 작업을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IT 현실이라는게 힘든 상황이 많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건 그러한 힘든 상황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거 같다.

유능한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고 즐길수 있는 일이 나의 직업이기에
참 다행(?) 으로 생각한다.

뜬구름 잡듯 목표지점이 어딘지도 모른체 방황을 했다면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멀리 있어 그 길의 끝이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발 내딛을 수 있는 방향을
찾았기에 그래도 참고 잘 견뎌온거 같다.

현재로서의 고민이라면
얼마나 더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일 것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체계가 아직 잡혀있지가 않지만
그래도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꿈꾸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프로그래머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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